목록으로 돌아가기
AI 교육문해력 위기인지적 오프로딩교육의 미래에듀테크생성형 AI
2024년 7월 28일

AI 시대의 서늘한 경고: '교육은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사라질 것이다'

"교육은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사라질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하루하루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많은 교육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문득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문장이 제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이 잦아졌습니다. ChatGPT와 Gemini 같은 뛰어난 생성형 AI가 우...

"교육은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사라질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하루하루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많은 교육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문득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문장이 제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이 잦아졌습니다.

ChatGPT와 Gemini 같은 뛰어난 생성형 AI가 우리의 일상과 업무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면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긴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두려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비단 10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 학습자와 교수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텍스트를 두려워하는 사회: 문해력의 붕괴 현장

실제 교육 현장과 연수에서 제가 목격한 몇 가지 단상들은 저의 이런 우려가 한낱 기우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 A4용지 2장 분량의 텍스트에 압도되어 아예 읽을 시도조차 포기하는 성인 학습자
  • 12년간 정규 영어를 배웠음에도 'calendar'라는 기본 단어의 뜻을 유추하지 못하는 대학생
  • AI에게 생성시킨 리포트를 단 한 번도 읽지 않고 복사해서 제출하여, 과제물 첫 줄에 "~에 대해서 답변해 보겠습니다" 라는 AI 인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촌극

이는 단순한 개개인의 태만 문제가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가 불러온 전면적인 '문해력의 위기' 이자, 인간의 뇌가 굳이 에너지를 써가며 사유하려 하지 않는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 의 민낯입니다.

기표를 잃어버리면 기의(사유)도 사라진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기표(Signifiant)' 가 없이는 '기의(Signifié)' 도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즉, '단어'라는 이름표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어야만 그 단어가 품고 있는 '개념'의 세계를 건설하고 사유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I가 단 몇 초 만에 내 생각을 세련된 단어로 포장해 주는 시대에, 굳이 고생스럽게 새로운 단어를 외우고 글씨를 적어 내려갈 이유가 있을까요? 하지만 새로운 기표(단어)를 습득하려는 인지적 노력을 멈추는 순간, 우리가 상상하고 사고할 수 있는 사유의 세계는 처참하게 축소되고 맙니다.

값비싼 취미가 될지도 모를 '사유'의 미래

최상위 계층의 고도화된 지식 노동마저 AI로 대체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사람 한 명을 교실에 앉혀놓고 수십 년간 교육하는 비용보다, 클라우드에 떠 있는 AI 모델 하나를 튜닝해서 투입하는 비용이 아득하게 저렴해지는 순간, 이른바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전통적 공교육'은 그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먼 미래에 책을 읽고 펜으로 글을 쓰며 대뇌 피질을 자극하는 인지적 노력은 소수의 지식인들만이 누리는 아주 '값비싼 취미'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에듀테크 신봉파인 저 역시 교사의 행정 업무를 경감하고 초개인화된 튜터링을 제공하는 AI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확신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기술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매일 밤 스스로에게 치열하게 질문해야 합니다. "스위치만 켜면 답이 나오는 이 거대한 인공지능의 바다 한가운데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에듀테크 기술을 단순히 학교에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인지적 오프로딩을 방지하고 철학적 중심을 잡아줄 교육 현장의 깊은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한 선생님들의 의견과 현장의 고민을 언제든 Contact 를 통해 들려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목차

텍스트를 두려워하는 사회: 문해력의 붕괴 현장기표를 잃어버리면 기의(사유)도 사라진다값비싼 취미가 될지도 모를 '사유'의 미래